2017년 모스크바 여행기 2편: 푸틴의 근무지 2017년 여름 모스크바

지금 흔히 사용하기를 크렘린이라는 단어는 러시아의 정부를 일컫는 말이 되었지만 크렘린 (Кремль)은 사실 '도시 안의 요새'라는 뜻으로 역사가 오래된 다른 러시아 도시들을 가보면 왠만하면 크렘린이 다 있습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가면 크렘린이 없는데 그건 표토르 대제가 서방을 모방해서 수도를 지었기 때문에 요새를 따로 지었고 그 요새가 도시 밖에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크렘린이 될 수가 없었죠.

크렘린 벽에 소련의 유명 인사들이 묻혀 있듯이 크렘린의 서쪽 벽에 무명 용사의 무덤이 있습니다.


2차 세계 대전, 러시아에서는 Great Patriotic War (Великая Отечественная Война)라고 불리는 이 전쟁 중 모스크바에 나치군이 가장 가까이 접근한게 모스크바 중심에서 40 키로 떨어진 지점이었는데 이 지점의 무명 용사들이 묻힌 무덤입니다.


원래 구소련이었던 지역에서는 막 결혼한 부부들이 여기로 와서 사진 촬영을 하는데 이 날은 그런 모습은 볼 수 없었습니다. 


이제 무덤 오른쪽에 2차 세계 대전 중 소위 말하는 영웅 도시들, 많은 희생이 있었던 도시들의 이름이 적혀 있는 블록들이 있고 블록 안에 각 도시에서 갖고 온 흙이 담겨져 있습니다. 이 사진에 나온 도시는 순서대로 키예프, 민스크, 그리고 스탈린그라드 (현재는 볼고그라드) 입니다. 세 군데다 대규모 전투들이 있었던 도시들이고 저 세 도시 말고 블록이 있는게 레닌그라드 (상트 페테르부르크), 오뎃사, 세바스토폴, 노보로시크, 케르츠, 무르만스크, 툴라, 브레스트 그리고 스몰렌스크 입니다.

뒤에 보이는건 Spasskaya Tower (Спасская башня)로 크렘린 안으로 들어가려는 관광객들의 주 입구 입니다. 원래는 혁명 전에 저기로 들어가려면 모자를 벗고 말에서 내려야 했고 소련 시절에는 공산당 고위 간부나 외국에서 온 국가 원수만 저기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밑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다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인데 러시아는 왠만한 관광지는 대부분 입구에서 보안 검색을 하기 때문에 이렇게 줄이 대책 없이 길어질 때가 좀 있습니다.

크렘린 내부는 중심부 빼면 대충 이런 모습입니다. 생각 보다 건물이 많지 않습니다.

짜르 캐넌입니다. 원래는 실제로 쏠 수 있는 포였다는데 캐리지를 금속으로 바꾸면서 더 이상 쏘지 못합니다. 아, 바로 밑에 있는 캐넌볼은 짜르 캐넌에서도 발사 못합니다.

짜르 캐넌 바로 옆에 있는 짜르의 종. 안나 1세 때 만들어진 종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종입니다. 근데 완성 바로 직전에 작업장에서 불이 나는 바람에 쩍 갈라져버렸고 울린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크렘린의 중심은 성당 광장이라고 해서 러시아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성당 3개가 있습니다. 그 중 제일 중요한게 Dormition Cathedral(Успенский Собор)입니다. 16세기 중간 부터 마지막 짜르 니콜라스 2세까지 모든 짜르들이 바로 이 곳에서 즉위식을 했습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수도를 옮겼어도 즉위식만은 꾸준히 여기서 했습니다. 참고로 크렘린 안에 들어오는 중국 단체 관광객들은 전부다 여기만 오는데 그 덕분에 입장 하는 것 부터가 완전히 아수라장입니다. 내부 사진은 없습니다.

실제로 일어난 일인지는 논란이 있지만 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군이 모스크바에 접근해 오자 스탈린이 여기서 몰래 예배를 보게 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성당은 아니지만 이반 대제의 종탑인데 성당 광장의 성당 3개의 종탑 역할을 한꺼번에 했습니다. 원래는 이 건물이 크렘린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고 이보다 큰 건물을 짓는게 금지 되어 있었습니다.

Cathedral of the Annunciation(Благовещенский собор)입니다. 수도가 상크 페테르부르크로 가기전까지 여기가 짜르와 그 직계 가족의 개인 성당이었습니다.

세번째 성당은 Cathedral of the Archangel (Архангельский собор)입니다(찍은 사진이 없어서 위키피디아 사진 갖고 왔습니다). 이 곳은 수도를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옮기기전까지 모든 짜르 및 대공들의(모스크바에서 죽은 표토르 2세 제외) 관이 있는 곳입니다.

그리고 크렘린에서 가장 볼만한거리가 무기고 및 다이아몬드 펀드입니다. 이 두개는 불행히도 내부는 철저히 사진 촬영 금지라 사진이 없습니다. 무기고는 러시아 역사에서 가장 값 나가는 예술품들을 모아 놓은 곳으로 볼셰비크 혁명 후에 그림과 조각들을 제외하면 (이건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쥬에 가 있죠) 압류한 것도 포함한 것입니다. 가장 돋보이는 것이 Faberge Egg 대여섯개 입니다. Faberge Egg가 어떤 것인가면은...

1885년에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귀금속 장인으로 일하던 Peter Carl Faberge (독일인입니다)가 밖은(계란 껍질) 에나멜, 그리고 안에 금과 보석으로 된 닭을 넣은 귀금속, 이후에 첫번째 Faberge Egg으로 알려진 Hen Egg을 짜르 알렌산더 3세가 왕비한테 선물을 했는데 왕비가 너무 좋아해서 그때부터 매년 부활절마다 이 짜르와 왕비가 서로에게 Faberge Egg을 선물하는 전통이 생기게 됩니다. 첫 Hen Egg은 이렇게 비교적 간단하지만...

(여기 다음 부터 나오는 사진은 전부다 위키피디아 사진입니다)

이후에 나온 Faberge Egg는 점차 정교하게 만들어집니다

(참고로 저 모형 열차는 움직입니다!)

근데 크렘린 무기고에서 저 Faberge Egg들을 보고 있노라면 진짜 정신이 팔립니다. 하도 정교하고 예쁘게 만들어져서. 이거 하나만으로도 무기고 입장료가 아깝지 않은 정도입니다.

무기고 내에 Diamond Fund라고 보석 박물관이 따로 있습니다. 여기는 런던에 있는 Tower of London 처럼 왕실의 보석을 비롯하여 러시아의 우랄 산맥에서 나는 귀금속을 전시하는 자리입니다. 여기도 당연히 사진 촬영 금지입니다.

여기에서 유명한 물건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3대 다이아몬드 중 하나인 Orlov 다이아몬드입니다 (나머지 2개는 런던에 있는 Koh-i-Noor와 테헤란에 있는 Daria-i-Noor). 예카테리나 대제의 애인 중 한명이었던 오를로브 백작은 예카테리나 대제의 애정이 식자 그 애정을 되찾기 위해 선물하였다는 보석입니다. 애정을 되찾는데는 실패 했지만 그 대신 궁전 하나를 비롯한 여러 선물을 하사합니다.

 무기고와 달리 Diamond Fund는 20분만에 쫓겨납니다. 

이것으로 2편을 마칩니다.

3편 예고: 당신이 짜르인데 싫은 여자가 있으면 수녀원으로 유배하면 끝! 

덧글

  • muhyang 2017/07/28 22:44 #

    4월달에 크렘린에 갔다가 한 열명쯤 전에 무기고 입장권 판매가 끝나서 교회 구경만 하고 왔습니다.
    정교회 예배당도 나름 신선한 경험이었긴 합니다만, 애초에 무기고 안갈 거면 표 줄을 한시간 가까이 길게 설 이유가 없어서 (...)
  • Durandal 2017/07/28 23:04 #

    저는 그래서 무기고와 크렘린 표를 미리 온라인으로 사고 갔습니다. 무기고 표를 미리 구하면 다이아몬드 펀드 표는 크렘린 밖 매표소가 아니고 무기고내 매표소에서 금방 살 수 있습니다.
  • 포스21 2017/07/28 23:59 #

    오. 흥미진진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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